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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5-12-15본문
무면허운전 - 1심 실형 선고된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쌍집행유예)
어느 날, 의뢰인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변호사님,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뢰인은 당시 다른 사건으로 저와 함께 실형을 피하기 위한 재판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은 기존 사건과 새로 발생한 사건을 병합할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병합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이 사건 만큼은 달랐습니다.
병합할 경우 오히려 재판부의 인식이 악화되어 더 큰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병합 없이 진행하기로 결정하였고 다행히 기존 사건은 재판부가 실형 가능성을 분명히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변론이 받아들여져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새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재판 도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선처해 주는 재판부는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는 이른바 ‘쌍집행유예’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은 아니었고, 저는 그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결정했습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최종 결과가 집행유예라면 그것이 의뢰인에게는 최선의 결과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재판 준비는 매우 치열했습니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최대한 확보했고, 사건의 맥락과 재범에 이르게 된 경위를 법정에서 최대한 설득력 있게 현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1심에서는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만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형량에 있어서는 상당한 선처를 해주었습니다. 이는 항소심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었습니다.
곧바로 항소심을 준비했고,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구두변론을 지켜본 의뢰인이 접견 자리에서 “정말 마음이 울컥했다”고 말할 정도로, 저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설명과 설득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다시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작정 희망적인 말만 하거나, 현실을 외면한 채 결과만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잔인한 일일 수 있습니다. 준비 없이 법정구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가능성과 한계를 솔직히 설명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의뢰인의 사회적·현실적 삶도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1심에서는 냉정하게 대비했고, 항소심에서는 끝까지 집행유예라는 목표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출소 후 의뢰인으로부터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변호사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변호사는 무조건 무죄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아니고, 감옥에 절대 가지 않게 만드는 사람도 아닙니다.
사건을 정확히 분석하고, 의뢰인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방향을 제시하며 그 결과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 그것이 변호인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저에게도 그 진리를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게 해준 사건이었습니다.
